K-Journal

요지경카지노·26. 10. 06.

미국 시민권이 건네준 행운은 독약?, 노년에 남은 것은 '빈손'

홍춘봉편집국 기자·기자

인천국제공항

남원호씨(가명)에게 미국은 자녀들의 미래를 열어줄 나라였다. 그러나 그가 들려준 인생의 끝자락에는 유학의 꿈보다 아내를 잃은 슬픔, 카지노에서 사라진 재산이 더 짙게 남아 있었다.

 

강원랜드 인근 도박중독상담센터에서 만난 남씨는 2026년 일흔일곱이었다. 한때 재산이 50억원에 이르렀다는 그는 20년 전부터 사실상 빈손이라고 했다. 자녀들과도 멀어졌다는 노인의 이야기는 김포공항 세관에서 시작됐다.

 

“김포공항 세관에 근무하던 시절은 나에게 최고의 전성기였지.”

 

그는 1963년 세관 공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할 때 월급이 2300원이었다고 기억했다. 금 한 돈이 2400원, 김포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표가 1800원이던 시절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래전 가격에 대한 그의 기억은, 자신이 얼마나 먼 시간을 지나왔는지 보여주는 눈금 같았다.

 

남씨가 회고한 당시 공항에는 규정과 별개로 움직이는 통로도 있었다. 명품과 밀수품이 교묘하게 들어왔고, 상관의 지시로 밀수품 운반자를 특별히 통관시킨 일도 있었다고 했다. 어디까지가 확인 가능한 사실인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그는 그 시절을 자기 인생의 전성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미국대사관 소속 영사와 가까워진 것도 공항에서였다고 했다. 부산행 항공편이 기상 문제로 취소되면 다음 비행기의 좌석을 부탁받곤 했다. 남씨는 이미 탑승한 젊은 승객을 예비군 훈련 문제를 내세워 내리게 하고 그 자리에 영사를 태운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누군가에게 베푼 편의는 다른 승객의 불편을 대가로 한 것이었다.

 

그런 일이 1년 이상 거듭된 뒤 영사가 그를 대사관으로 불렀다고 한다.

 

“당신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더군. 그래서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했지. 내가 아니라 내 자녀들이라고.”

 

그는 그 인연이 가족의 미국행으로 이어졌고, 자신과 가족이 미국인 영사의 도움으로 거액을 줘도 힘들었다는 1975년 당시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비자와 시민권을 어떤 절차로 취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남씨에게 분명했던 것은 자녀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열어주고 싶었다는 마음이었다.

 

그의 나이 서른아홉에 아내와 두 아들이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가족의 새로운 생활은 일곱 달 만에 비극을 맞았다. 아내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길에서 아내를 잃었다. 남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남겨진 아들들이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보러 미국을 자주 오갔다. 당시 세관 공무원 신분인 그는 항공권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미국을 드나드는 동안 호기심에 찾은 곳이 라스베이거스였다. 그곳에서 카지노 게임을 처음 접했다.

 

아내의 죽음이 곧바로 도박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남씨는 자신의 긴 카지노 생활을 돌아보며 외로움을 이야기했다. 형제자매와 이웃들이 재혼을 권했지만 자녀들을 생각해 포기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쓸쓸하게 산 때문에 카지노에 쉽게 빠진 것이었지.”

 

그 말에는 오래전 선택을 되짚는 후회가 담겨 있었다. 두 아들의 미래를 위해 건너간 미국에서 그는 아이들을 만났고, 카지노도 만났다. 가족을 찾아가는 길과 도박장을 찾아가는 길이 한 인생 안에서 겹치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된 카지노 출입은 세관원을 퇴직한 뒤 마카오와 필리핀으로 이어졌다. 세관원을 퇴직할 당시 그의 재산은 무려 50억원이었다. 그러나 남씨는 강원랜드가 문을 열 무렵 서울의 아파트와 부동산 등 약 10억원의 재산이 남아 있었다고 했다.

 

그 당시를 그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2000년 10월 말, 필리핀에 도박하러 다녀온 그를 친구들이 축하했다.

 

“이제는 마카오나 필리핀까지 원정 떠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

 

강원도 탄광촌 정선에 카지노가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도박을 위해 국경을 넘어다니던 사람에게 국내 카지노의 개장은 이동의 수고를 덜어주는 소식이었다. 친구들은 축하했지만, 남씨의 회고에서 그 장면은 남은 재산마저 잃는 시기의 입구로 남았다.

 

그는 강원랜드에 출입한 뒤 전 재산을 잃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카지노와 함께한 시간이 40년쯤 된다는 말도 했다. 자녀의 유학을 바라던 세관원은 어느새 자기 노년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 돼 있었다.

 

“돈이 있을 때는 카지노가 만만하게 보였지.”

 

돈을 잃은 뒤 그의 표현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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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가 거지를 만드는 공장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네.”

 

그것은 카지노 전체를 설명하는 객관적 정의라기보다, 빈손이 된 한 사람이 자기 삶을 압축한 말이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재산의 액수보다 잃어버린 세월의 무게였다.

 

남씨를 지켜본 지인은 그의 급한 성격을 탕진의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차분하게 베팅했다면 재산을 지켰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남씨의 사연을 느긋하게 도박하는 요령으로 읽는 순간, 그가 전하려던 경고는 다시 게임의 유혹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씨는 “마카오에서 본 중국인들은 도박을 좋아했지만 성격이 느긋했어, 한국인들은 앞 뒤 안 가리고 베팅하지만 중국인들은 대부분 크게 베팅을 할 때는 기회를 보며 느긋하게 하더군, 그 점이 한국인들과 달랐어,”

그가 끝에 남긴 부탁은 달랐다.

 

“나처럼 비참한 말년을 보내지 말기를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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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의 미래를 열어주려 했던 남씨는 이제 자신의 과거가 다른 사람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미국으로 향했던 꿈은 오래전에 가족의 비극을 만났고, 카지노를 오간 세월 끝에는 노인의 짧은 경고가 남았다.

 

 

 

 

 

자주 묻는 질문

도박중독은 개인의 성격 문제인가요?+

도박중독은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베팅 습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남원호씨의 사례처럼 외로움, 상실감, 심리적 공허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지노라는 환경이 이를 자극해 재산을 탕진하게 만드는 구조적 위험이 큽니다. 따라서 도박중독은 개인의 의지력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상담과 체계적인 사회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카지노 출입이 재산 탕진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카지노는 승률이 낮게 설계된 구조 속에서 이용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더 큰 베팅을 유도합니다. 남원호씨는 50억 원에 달하던 자산을 강원랜드 등 국내외 카지노를 오가며 모두 잃었습니다. 그는 카지노를 '거지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도박이 단순히 돈을 잃는 것을 넘어 인생의 계획과 소중한 시간까지 모두 파괴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도박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도박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전문적인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남원호씨 역시 뒤늦게 상담센터를 찾았지만, 이미 재산과 가족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진 뒤였습니다. 도박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리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단절을 실천하며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의지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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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기자

카지노 이슈와 산업 전반을 취재하는 K-Journal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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