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ournal

요지경카지노·26. 10. 01.

사북 ‘잭팟미용실’ 이야기

홍춘봉편집국 기자·기자

사북역 전경

청량리역을 출발한 태백선 열차가 원주를 지나 산골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창밖으로 산이 깊어지고 터널이 잦아졌다.

 

김미정은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밖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때 인생에서 가장 가진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서울에서 믿었던 남자 때문에 3억원 가까운 돈을 날렸다. 사실상 사기를 당한 셈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춘천에 투자하면 큰돈을 번다”는 친한 언니의 말을 믿고 2억원을 더 넣었다.

 

나중에 찾아가 보니 산꼭대기에 붙어 있는 쓸모없는 땅이었다.

 

돈은 사라졌다.

 

사람도 사라졌다.

 

미정에게 남은 것은 미용 가위 몇 자루와 사람을 쉽게 믿은 대가뿐이었다.

 

그날 그녀는 청량리에서 무작정 열차를 탔는데 동해까지 가는 태백산 열차를 탄 것이었다.

 

당시까지 강원랜드는 구경도 못했고 카지노 역시 경험이 없었다.

 

답답한 기분에 몸을 열차에 싣고 가출처럼 집을 나온 것이다.

 

그저 서울을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사북 가세요?”

 

미정이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웃고 있었다.

 

나이는 미정보다 조금 많아 보였다.

 

머리가 희끗희끗했지만 눈빛은 장난기가 가득했다.

 

“네”

 

“카지노 가시네.”

 

“왜요? 사북 가는 사람은 다 카지노 가요?”

 

“거의 그렇죠. 사북에 미팅하러 가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미정이 피식 웃었다.

 

남자의 이름은 최병수.

 

주변에서는 그를 ‘오발탄’이라고 불렀다.

 

왜 오발탄이냐고 물으면 그는 대답했다.

 

“내 인생이 항상 엉뚱한 데로 날아가니까 오발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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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미정은 또 웃었다.

 

처음에는 그냥 말 많은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재미있었다.

 

필리핀에서 사업했던 이야기.

 

카지노에서 돈 날린 이야기.

 

서울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던 이야기.

 

강원랜드 공사장에서 일한 돈을 다시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잃었다는 이야기.

 

하나같이 정상적인 인생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재미있었다.

 

병수는 자기 실패담을 마치 남 이야기처럼 말했다.

 

“필리핀에 돈 벌러 갔는데요. 돈은 카지노가 벌고 나는 경험만 벌었어요.”

 

“얼마나 잃었는데요?”

 

“그건 묻지 마세요. 말하면 내가 다시 울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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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이 웃었다.

 

“그래도 지금 멀쩡하잖아요.”

 

“겉만 멀쩡하지. 속은 몇 번 파산했어요.”

 

열차가 영월을 지나고 있었다.

 

둘은 계속 이야기를 했다.

 

카지노 이야기에서 자식 이야기로 넘어갔다.

 

연애 이야기도 나왔다.

 

미정은 사귀던 남자와 헤어진 지 거의 1년이 됐다고 말했다.

 

병수도 얼마 전까지 함께 살던 여자와 헤어졌다고 했다.

 

병수가 말했다.

 

“우리 둘 다 솔로네.”

 

“그래서요?”

 

“운명일 수도 있잖아요.”

 

“아저씨 원래 여자한테 이렇게 말 잘해요?”

 

“아저씨라니. 아직 사랑할 나이인데.”

 

둘은 또 웃었다.

 

청량리에서 사북까지는 몇 시간이 걸리는 길이었다.

 

그런데 미정에게 그날의 시간은 이상하게 빨리 갔다.

 

병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미정도 어느 순간 자기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있었다.

 

돈을 잃은 이야기.

 

남자에게 사기당한 이야기.

 

춘천 땅 때문에 전 재산을 날린 이야기.

 

보통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하지 않을 이야기였다.

 

그런데 병수에게는 이상하게 말이 나왔다.

 

병수도 마찬가지였다.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그래서 지금 가진 게 뭐예요?”

 

미정이 물었다.

 

병수가 웃었다.

 

“운전 실력.”

 

“그게 재산이에요?”

 

“내 차 타본 사람은 알아요. 서울이고 부산이고 광주고 어디든 갑니다.”

 

“돈은 잘 벌어요?”

 

“벌기는 잘 벌지.”

 

“그런데 왜 돈이 없어요?”

 

병수는 잠시 미정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카지노가 잘 먹어.”

 

그 말에 미정은 배를 잡고 웃었다.

 

사북역이 가까워졌을 때 둘은 이미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되어 있었다.

 

병수가 물었다.

 

“오늘 어디서 잘 거예요?”

 

미정은 대답하지 못했다.

 

딱히 정해둔 곳이 없었다.

 

병수가 말했다.

 

“그럼 같이 있어요.”

 

미정이 쳐다봤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

 

병수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더 좋지. 오래 본 사람은 계산이 많잖아요.”

 

미정은 웃었다.

 

그리고 믿기 어렵게도 그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청량리역에서는 서로 이름도 모르던 남녀였다.

 

그런데 불과 두세 시간이 지나 사북역에 내릴 때는 둘이 함께 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랑이 시작되는 데 반드시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두 사람에게는 그랬다.

 

“오늘부터 같이 살까?”

 

병수가 말했다.

 

미정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요.”

 

그날 두 사람은 함께 사북에 내렸다.

 

카지노 도시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 2, 3년은 제법 행복했다.

 

미정은 식당에서 서빙을 하며 돈을 벌었다.

 

고한의 작은 식당이었다.

 

병수는 대리운전을 했다.

 

그는 정말 운전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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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장거리 운전에서는 일대에서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충청도나 전라도, 경상도라면 어디든 갔다.

 

오히려 강원도 안에서 짧은 거리는 싫어했다.

 

“그건 돈이 안 돼.”

 

그의 원칙은 분명했다.

 

장거리 한 건이면 짧은 거리 여러 건보다 수입이 좋았다.

 

잘 벌 때는 한 달에 500만원을 넘겼다.

 

많이 벌면 600만~700만원도 가능했다.

 

코로나 때도 300만원 정도는 벌었다.

 

단골도 많았다.

 

“오발탄 씨 불러줘.”

 

멀리 가는 손님들은 병수를 찾았다.

 

차 안에서 몇 시간을 함께 있어도 지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수는 운전도 잘했지만 말을 더 잘했다.

 

정치.

 

카지노.

 

여자.

 

사업.

 

필리핀.

 

강원랜드.

 

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한 시간은 끌고 갈 수 있었다.

 

손님이 서울까지 가는 동안 졸 새가 없었다.

 

“기사님, 말 진짜 잘하시네요.”

 

그러면 병수는 말했다.

 

“운전만 잘하면 대리기사고, 말까지 잘하면 관광가이드죠.”

 

그렇게 번 돈으로 두 사람은 생활했다.

 

미정은 어느 날 사북의 아파트 상가에 작은 미용실을 얻었다.

 

이름은 ‘잭팟미용실’로 붙였다.

 

누가 들으면 카지노에서 대박을 바라고 지은 이름 같았다.

 

하지만 미정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카지노 잭팟 말고 인생 잭팟 한번 터져보려고.”

 

미용실 장사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코로나가 터졌다.

 

사북 사람들이 줄었다.

 

관광객도 사라졌다.

 

가게 문을 열어도 하루 종일 손님 한 명 없는 날이 있었다.

 

미정은 거울 앞에 앉아 생각했다.

 

‘이러다 또 망하는 거 아닌가.’

 

이미 인생에서 큰돈을 여러 번 잃은 여자였다.

 

이번만큼은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전단지를 만들었다.

 

1000장.

 

아파트와 상가를 돌았다.

 

사북 시내에도 뿌렸다.

 

학생 커트 8000원.

 

성인 커트 1만원.

 

가격도 싸게 잡았다.

 

손님이 멀리 있으면 병수가 봉고차를 몰고 데리러 갔다.

 

자미원.

 

증산.

 

남면.

 

만항고개 근처까지.

 

10㎞가 넘는 곳에서도 전화가 오면 출발했다.

 

“미용실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모셔다드립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차가 왔다.

 

머리를 다 하면 다시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산골 어르신들에게는 최고의 서비스였다.

 

입소문이 났다.

 

“거기 싸.”

 

“머리도 잘해.”

 

“차로 데리러도 와.”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다섯 명이 됐다.

 

나중에는 하루에 10명 가까이 찾아왔다.

 

여자 손님이 많았지만 남자 손님도 적지 않았다.

 

미용실 한쪽 벽에는 임영웅 포스터가 붙었다.

 

동네 어머니들이 모두 임영웅 팬이었다.

 

“원장님, 임영웅 사진 좀 크게 붙여놔.”

 

미정은 웃으며 붙였다.

 

잭팟미용실은 어느새 머리만 하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이 됐다.

 

카지노 이야기.

 

남편 흉.

 

자식 자랑.

 

누가 돈 땄다는 이야기.

 

누가 돈 잃었다는 이야기.

 

그 모든 이야기가 미용실 거울 앞에서 흘러갔다.

 

 

두 사람의 사랑도 제법 유명했다.

 

2020년 겨울 사북에서는 코로나로 지친 주민들을 위한 작은 힐링콘서트가 열렸다.

 

박남정을 비롯한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사람들이 오랜만에 모여 웃고 박수를 쳤다.

 

그날 병수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사람 많은 곳에서 말을 시키면 더 신이 났다.

 

“제가 여기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병수가 객석의 미정을 가리켰다.

 

“저 여자입니다.”

 

박수가 터졌다.

 

미정은 얼굴이 빨개졌다.

 

“미쳤어.”

 

그러면서도 웃었다.

 

병수는 계속 말했다.

 

“청량리에서 기차 타고 오다가 만났는데, 사북 도착하기 전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사람들이 웃었다.

 

“제가 말이 좀 되잖아요.”

 

이번에는 더 큰 웃음이 터졌다.

 

미정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날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사북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공개됐다.

 

청량리에서 만나 사북에 도착하기 전에 사랑에 빠진 커플.

 

카지노 도시다운 빠른 사랑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병수는 돈은 잘 벌었지만 돈을 모으지 못했다.

 

카지노 때문이었다.

 

필리핀에서 사업하던 시절부터 시작된 도박은 끊어지지 않았다.

 

필리핀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날렸다.

 

한국으로 돌아와 용접공으로 일했다.

 

강원랜드 건설현장에서 용접해 돈을 벌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일을 마치면 카지노로 들어갔다.

 

카지노 건물을 짓고 받은 돈을 그 카지노 안에서 다시 잃었다.

 

병수는 그 이야기도 웃으며 했다.

 

“내가 카지노 지어서 번 돈을 카지노가 다시 가져갔지.”

 

사람들은 웃었다.

 

그러나 미정은 웃지 못했다.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똑같았다.

 

서울까지 장거리 한 건을 뛰면 돈이 됐다.

 

며칠 열심히 일하면 주머니가 제법 두둑했다.

 

그런데 카지노에 들어갔다 나오면 돈이 없었다.

 

하룻밤에 300만원.

 

어떤 날은 500만원.

 

두세 시간 만에 사라졌다.

 

미정은 기가 막혔다.

 

“당신은 하루 종일 운전해서 돈 벌고 왜 카지노 가서 다 줘?”

 

병수는 항상 비슷한 말을 했다.

 

“조금만 하면 찾을 수 있었어.”

 

“뭘 찾아?”

 

“잃은 거.”

 

“그러니까 그걸 왜 찾는데!”

 

부부 싸움 같은 연인 싸움이 시작됐다.

 

병수는 미안하다고 했다.

 

다시는 안 간다고 했다.

 

그 다음 주에 또 갔다.

 

미정은 하루 종일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학생 한 명 8000원.

 

성인 한 명 1만원.

 

파마하고 염색하고 하루 종일 서 있어야 몇십만원을 벌었다.

 

병수는 그 돈의 열 배, 스무 배를 카지노에서 몇 시간 만에 잃었다.

 

미정은 어느 날 말했다.

 

“나는 만원을 벌려고 머리를 몇 번 자르는 줄 알아?”

 

병수가 가만히 있었다.

 

“당신은 300만원을 잃으면 내가 머리를 몇 명 잘라야 하는 줄 알아?”

 

병수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카지노에서는 돈의 크기가 달라졌다.

 

미정에게 1만원은 한 사람의 머리를 잘라야 생기는 돈이었다.

 

병수에게 카지노 안의 10만원은 칩 하나였다.

 

두 사람은 같은 돈을 전혀 다르게 보고 있었다.

 

 

결정적인 사건은 미정이 식당에서 일하다 팔을 다치면서 벌어졌다.

 

한동안 일을 할 수 없었다.

 

보상금이 나왔다.

 

그 돈은 미정에게 정말 소중했다.

 

치료비도 필요했고 생활비도 필요했다.

 

그런데 어느 날 돈이 없어졌다.

 

병수가 카지노에 가져갔다.

 

미정은 믿을 수 없었다.

 

“그 돈까지 손댔어?”

 

병수는 말했다.

 

“따서 더 많이 만들어주려고 했어.”

 

그 말에 미정은 웃음이 나왔다.

 

화가 너무 나면 웃음이 나오는 법이었다.

 

“당신 진짜 대단하다.”

 

병수는 고개를 숙였다.

 

“거의 딸 뻔했어.”

 

“카지노에서 잃은 사람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알아?”

 

“뭔데?”

 

“거의 딸 뻔했다는 말이야.”

 

그날 크게 싸웠다.

 

하지만 헤어지지는 않았다.

 

둘은 다시 살았다.

 

카지노가 아무리 미워도 사람까지 바로 미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몇 년을 함께 산 정이 있었다.

 

태백선 열차에서 시작된 사랑이었다.

 

가난할 때 만났다.

 

같이 웃었다.

 

같이 장사했다.

 

같이 사북에서 버텼다.

 

미정은 병수가 언젠가는 카지노를 끊을 것이라고 믿었다.

 

병수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문제는 카지노보다 다른 데서 먼저 터졌다.

 

여자였다.

 

병수는 말이 좋았다.

 

사람을 잘 웃겼다.

 

낯선 사람과도 금세 친해졌다.

 

그 능력은 대리운전에서는 최고의 자산이었다.

 

연애에서는 조금 위험한 자산이었다.

 

어느 날부터 미정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전화가 잦아졌다.

 

밖에 나가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리고 결국 알게 됐다.

 

다른 여자가 생겼다.

 

미정이 물었다.

 

“그 여자 좋아해?”

 

병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청량리에서 사북까지 오는 몇 시간 만에 시작된 사랑은 그렇게 끝나기 시작했다.

 

병수는 결국 다른 여자와 살기 시작했다.

 

미정은 혼자가 됐다.

 

사북 사람들은 금세 알았다.

 

작은 동네였다.

 

사랑도 소문이 빠르고 이별도 소문이 빨랐다.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손님들이 미정에게 말했다.

 

미정은 웃었다.

 

“사람 마음을 내가 어떻게 해.”

 

그녀는 다시 가위를 들었다.

 

미용실 문을 열었다.

 

손님 머리를 감겼다.

 

파마약을 말았다.

 

드라이어를 들었다.

 

사랑이 끝나도 머리는 자라났다.

 

손님들은 계속 미용실에 왔다.

 

그리고 미정도 살아야 했다.

 

카지노 주변에서는 돈을 잃은 사람을 흔히 ‘앵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앵벌이도 모두 같은 앵벌이는 아니다.

 

누군가는 빈손으로 카지노 주변을 떠돈다.

 

누군가는 막노동을 한다.

 

누군가는 대리운전을 한다.

 

누군가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미용실에서 하루 종일 사람들의 머리를 자른다.

 

병수는 돈을 버는 능력만 놓고 보면 앵벌이가 아니었다.

 

월 500만원 이상 벌 때도 있었다.

 

그러나 번 돈보다 잃는 돈이 컸다.

 

그 점에서 그는 가장 전형적인 카지노 주변 사람이었다.

 

돈을 못 벌어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번 돈을 카지노에 가져다줘서 늘 돈이 없었다.

 

그는 운전의 달인이었다.

 

서울 가는 길도 알았다.

 

부산 가는 길도 알았다.

 

광주도 갔다.

 

대구도 갔다.

 

전국의 길을 훤히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카지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만은 늘 헤맸다.

 

미정은 그와 반대였다.

 

큰돈을 여러 번 잃었다.

 

남자에게 당했고 투자 사기도 당했다.

 

카지노 도시까지 흘러왔다.

 

하지만 미용실 가위를 잡은 뒤에는 조금씩 삶의 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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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의 잭팟은 터지지 않았다.

 

대신 손님 한 명.

 

또 한 명.

 

그렇게 하루를 쌓았다.

 

잭팟미용실이라는 이름은 그래서 묘했다.

 

카지노에서 잭팟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버튼 한 번에 인생이 바뀌기를 꿈꿨다.

 

미정의 잭팟은 달랐다.

 

아침에 문을 열었을 때 손님이 들어오는 것.

 

어머니들이 임영웅 이야기를 하며 웃는 것.

 

만원짜리 커트가 열 번 쌓이는 것.

 

그것이 그녀에게는 잭팟이었다.

 

가끔 손님이 물었다.

 

“원장님, 그 양반하고는 이제 완전히 끝났어?”

 

미정은 웃었다.

 

“끝났지.”

 

“미련 없어?”

 

그녀는 잠깐 생각했다.

 

“사랑은 미련이 있는데 카지노는 미련 없어.”

 

손님들이 웃었다.

 

“그래도 기차에서 만나 바로 같이 산 건 대단하다.”

 

미정도 웃었다.

 

“내가 그때 미쳤지.”

 

“말을 그렇게 잘했어?”

 

“두 시간 들으면 넘어가. 안 넘어갈 여자가 없어.”

 

그러면서도 미정은 그 시절 이야기를 할 때 가끔 웃었다.

 

나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병수와 함께 사북 골목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뿌리던 날도 있었다.

 

손님을 태우러 자미원까지 갔던 날도 있었다.

 

콘서트장에서 공개적으로 사랑한다고 외쳤던 날도 있었다.

 

사랑은 끝났지만 지나간 시간이 모두 거짓은 아니었다.

 

카지노가 그들의 인생에 남긴 것은 돈의 손실만도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게 했고,

 

사람을 헤어지게 했고,

 

웃게 했고,

 

울게 했다.

 

청량리역에서 우연히 마주 앉은 남자와 여자가 몇 시간 뒤 사북에서 함께 내렸다.

 

그들은 사랑했다.

 

돈을 벌었다.

 

카지노 때문에 싸웠다.

 

다시 화해했다.

 

그리고 결국 헤어졌다.

 

사북에서는 믿기 힘든 일이 아니었다.

 

카지노 거리에는 원래 믿기 힘든 인생이 많았다.

 

밤이 되면 카지노 불빛은 여전히 산골을 환하게 밝혔다.

 

잭팟미용실은 그보다 훨씬 일찍 불이 꺼졌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문이 열렸다.

 

미정은 거울을 닦았다.

 

가위를 꺼냈다.

 

드라이어를 켰다.

 

그리고 말했다.

 

“다음 손님 들어오세요.”

 

카지노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 사람들이 잭팟을 꿈꿨다.

 

그러나 미정에게 진짜 잭팟은 어쩌면 다른 것이었다.

 

망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

 

카지노에 빠지지 않은 것.

 

떠난 남자를 따라가지 않은 것.

 

그리고 오늘도 자기 손으로 돈을 벌며 가게 문을 여는 것.

 

그것이 잭팟미용실의 가장 큰 잭팟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사북 ‘잭팟미용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잭팟미용실은 주인공 미정 씨가 인생의 큰 실패를 딛고 사북에서 새롭게 시작하며 지은 이름입니다. 카지노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잭팟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진정한 인생의 잭팟을 터뜨리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과 의지를 담아 지은 상호명입니다.

태백선 열차에서 만난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서울에서 사기를 당하고 무작정 태백선 열차에 오른 미정 씨와,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고 방황하던 병수 씨는 열차 안에서 우연히 대화를 나누며 급격히 가까워졌습니다. 두 사람은 사북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 함께 살기로 결정했습니다.

병수 씨가 대리운전으로 번 돈을 카지노에서 모두 잃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병수 씨는 필리핀 시절부터 이어진 도박 중독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대리운전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능력이 있었음에도, 카지노 안에서의 돈을 단순한 칩으로 여기는 도박사의 심리에 빠져 있었습니다. 결국 미정 씨의 치료비까지 손을 대며 도박을 멈추지 못해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기자 소개

홍
홍춘봉기자

카지노 이슈와 산업 전반을 취재하는 K-Journal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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