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ournal

요지경카지노·26. 09. 18.

아파트 7채 가진 여성 앵벌이

홍춘봉편집국 기자·기자

사북역 인근 폐버스에 부착된 현수막

아파트 7채 가진 여성 앵벌이를 아시나요

 

강원랜드 주변에서 ‘앵벌이’라는 말은 그리 낯설지 않다.

 

카지노에서 가진 돈을 모두 잃고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 가족과 멀어지고 직장과 재산을 잃은 뒤 고한과 사북의 허름한 월세방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카지노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을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불렀다.

 

누군가는 남의 베팅을 대신해주고 푼돈을 받았고, 누군가는 좋은 자리를 맡아줬다. 돈 많은 손님 곁에서 심부름을 하거나 식사를 얻어먹기도 했다. 운이 좋은 날에는 몇 만원을 벌었지만 운이 없는 날에는 밥 한 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카지노가 끝내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 전설처럼 회자되는 여자가 한 명 있다.

 

70대 초반의 T씨.

 

사람들은 그녀를 본명보다 ‘짱짱이 엄마’라고 불렀다.

 

“그 사람은 우리하고 달라. 앵벌이 중에 돈 번 사람은 그 여자 하나라고 보면 돼.”

 

강원랜드 주변에서 10년 넘게 생활했다는 A씨는 그녀 이야기가 나오자 목소리부터 달라졌다.

 

카지노 주변 앵벌이 대부분이 빈손이나 빚더미를 안고 살아가는데 T씨에게는 아파트가 여러 채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두 채가 아니었다.

 

사북의 15평 안팎 서민아파트 6채.

 

거기에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까지 합하면 모두 7채라는 이야기였다.

 

카지노에서 재산을 날린 사람들이 모여드는 동네에서 ‘아파트 일곱 채 가진 앵벌이’라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역설이었다.

 

누군가는 부러워했고, 누군가는 믿지 못했다.

 

또 누군가는 말했다.

 

“저 할머니는 처음부터 우리하고 노는 방식이 달랐어.”

 

카지노에서도 잃지 않는 법부터 배웠다

 

T씨는 바카라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나 테이블에 앉자마자 돈부터 내미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카지노에 들어가면 몇 개 테이블을 천천히 훑었다.

 

플레이어가 연속으로 나오는지, 뱅커가 강한지, 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한참을 바라봤다.

 

카지노 사람들이 흔히 ‘그림을 본다’고 말하는 행동이었다.

 

마음에 드는 테이블을 발견하면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처음부터 큰돈을 걸지도 않았다.

 

강원랜드 입구 사북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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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연탄칩’ 한두 장으로 흐름을 살폈다.

 

이겨도 흥분하지 않았고, 지면 무작정 금액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다 자신의 판단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면 10만원, 많게는 20만~30만원을 걸었다.

 

A씨는 그녀의 베팅법을 이렇게 기억했다.

 

“눈치가 귀신 같았어. 잘 맞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따라가고, 어떤 사람이 찍는 것마다 계속 틀리면 반대쪽에 돈을 걸어. 남들이 무작정 감으로 할 때 그 사람은 사람까지 봤던 거지.”

 

실제로 바카라 결과가 특정 사람의 선택 때문에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카지노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미신과 경험칙이 있다.

 

T씨 역시 자신만의 원칙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 원칙이 옳으냐가 아니었다.

 

다른 앵벌이들이 돈이 생기면 그날 밤 모두 걸어버리는 것과 달리, 그녀는 일정 수준에서 멈출 줄 알았다는 점이었다.

 

카지노 주변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돈을 따는 기술이 아니다.

 

카지노에서 빠져나오는 기술이다.

 

돈이 생겼을 때 더 벌고 싶은 욕심을 참는 것, 잃었을 때 본전을 찾겠다는 욕심을 멈추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두 가지에서 무너진다.

 

T씨는 달랐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에게 카지노는 인생을 한 방에 뒤집는 장소가 아니라 필요한 돈을 조금씩 만들어내는 장소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월세방에서 시작한 ‘고스톱 하우스’

 

그러나 그녀가 아파트를 하나둘 사들일 수 있었던 돈이 카지노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카지노 주변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의 세계에는 카지노 밖의 또 다른 경제가 있다.

 

고한시장 인근 월세방을 전전하던 시절, T씨는 방 하나를 빌려 고스톱판을 벌였다고 한다.

 

이른바 ‘하우스’였다.

 

카지노 영업이 끝나거나 카지노에 들어갈 돈이 없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방 한가운데 화투판이 깔렸다.

 

사람들은 밤을 새웠다.

 

커피가 돌고, 라면과 밥이 나왔다.

 

T씨는 판에 직접 끼기보다는 장소를 제공하고 자릿세를 받았다.

 

시간당 5000원.

 

한 사람에게는 작은 돈이었다.

 

하지만 네 명, 여섯 명, 여덟 명이 밤새 자리를 지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거기에 식사와 커피 같은 부수입도 생겼다.

 

한 번에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매일 돈이 들어왔다.

 

A씨는 그 시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우리는 돈 생기면 카지노 가서 날렸지. 그런데 그 사람은 우리가 고스톱 치는 동안 자릿세를 받아. 하루하루 모으면 그게 돈이 되는 거야.”

 

T씨는 8년 넘게 그 생활을 이어갔다고 한다.

 

카지노 주변 사람들이 돈을 잃는 동안 그녀는 돈을 받았다.

 

사람들이 판돈을 걸고 싸우고 웃고 울 때 그녀는 방값을 챙겼다.

 

카지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이 흥분할수록 그녀는 더 냉정해졌다.

 

살아남는 방식이 달랐다.

 

폐암이 찾아오다

 

그러나 돈을 모으던 그녀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몸이 이상했다.

 

검사 결과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었다.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그때부터 오랫동안 운영했던 고스톱 하우스도 접었다.

 

카지노 주변에서 돈보다 더 무서운 것은 건강이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 담배 연기, 불규칙한 식사, 장시간 카지노 체류.

 

젊었을 때는 버티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많은 앵벌이가 그렇게 병들어 고한과 사북을 떠났다.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었고, 병원과 요양원을 전전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T씨는 살아남았다.

 

항암치료를 견뎠고 다시 일상을 되찾았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그녀를 더욱 달리 보기 시작했다.

 

돈만 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돈이 생기면 카지노가 아니라 아파트로 갔다

 

T씨가 다른 앵벌이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지점은 돈을 번 다음이었다.

 

대부분의 도박꾼은 100만원을 벌면 200만원을 만들고 싶어 한다.

 

200만원을 만들면 500만원이 욕심난다.

 

500만원을 땄다가 다시 잃으면 이번에는 1000만원으로 복구하고 싶어진다.

 

그러다 결국 가진 돈까지 모두 잃는다.

 

카지노에서 가장 흔한 풍경이다.

 

그러나 T씨는 돈이 모이면 카지노에 다시 넣지 않았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돈이 일정 수준까지 쌓이면 부동산을 샀다.

 

당시 사북지역의 오래된 소형 아파트는 대도시 아파트에 비하면 가격이 높지 않았다.

 

그녀는 현금이 모일 때마다 한 채씩 사들였다고 한다.

 

한 채.

 

두 채.

 

세 채.

 

사람들이 카지노에서 수천만원을 잃는 동안 그녀의 아파트 숫자는 늘어갔다.

 

결국 사북지역에 소형 아파트 6채를 보유하게 됐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거기에 자신이 살고 있는 비교적 좋은 아파트 한 채까지.

 

모두 7채.

 

한때 고한시장 주변 월세방을 떠돌던 여자가 집주인이 된 것이다.

 

“그 사람은 돈을 허투루 안 썼어.”

 

A씨는 몇 번이고 그 말을 반복했다.

 

옷을 사치스럽게 입지도 않았고, 비싼 음식을 찾아다니지도 않았다.

 

남에게 돈을 과시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돈을 벌면 모았고, 모이면 집을 샀다.

 

카지노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을 그녀는 반복했다.

 

현금을 재산으로 바꾸는 일.

 

스무 살 연하의 남자

 

그녀의 이야기가 카지노 주변에서 더 화제가 된 것은 몇 년 전부터였다.

 

T씨 곁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녀보다 스무 살가량 어렸다고 한다.

 

결혼하지 않은 남성이었다.

 

두 사람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카지노 주변 사람들은 그를 T씨의 남편이라고도 했고, 동거남이라고도 했다.

 

어떤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남편인지 기사인지 모르겠어.”

 

남자는 그녀를 차에 태우고 다녔다.

 

장도 보고 병원도 함께 다녔다.

 

카지노에 갈 때도 운전했다.

 

70대 여성이 자신보다 스무 살가량 젊은 남성과 함께 다니는 모습은 작은 카지노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화제가 됐다.

 

특히 같은 처지의 남성 앵벌이들 사이에서는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농담도 나왔다.

 

“우리는 카지노에서 돈도 잃고 여자도 없는데, 저 누나는 집도 일곱 채고 젊은 남자도 있어.”

 

사람들은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똑같이 카지노 주변에서 수십 년을 살았는데 누구는 월세방에 살고 누구는 집주인이 됐다.

 

누구는 가족과 연락이 끊겼고 누구는 젊은 동반자와 함께 산다.

 

카지노라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결과는 너무 달랐다.

 

“앵벌이 중 성공한 사람은 그 여자뿐”

 

A씨는 T씨를 두고 한참을 이야기하다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기서 10년 넘게 사람들을 봤잖아. 앵벌이 가운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여자 하나야.”

 

물론 ‘성공’이라는 표현에는 역설이 있다.

 

카지노 주변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삶을 성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녀 역시 어떤 사연으로 가족과 떨어졌는지, 왜 고한과 사북을 떠돌게 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 역시 주변 사람들의 오랜 증언을 토대로 전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었다.

 

같은 환경에서도 그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돈을 잃고 절망한 사람들이 다시 카지노로 향할 때 그녀는 돈을 모았다.

 

사람들이 한 방을 노릴 때 그녀는 작은 돈을 챙겼다.

 

카지노에서 돈을 벌면 다시 카지노에 넣는 대신 아파트를 샀다.

 

하루 5000원의 자릿세도 우습게 여기지 않았다.

 

그렇게 쌓인 작은 돈이 세월을 만나 집이 됐다.

 

한 채가 두 채가 되고, 두 채가 여섯 채가 됐다.

 

그리고 어느새 고한·사북의 앵벌이들 사이에서 전설이 됐다.

 

카지노는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이 꿈꾸는 방식으로 바꿔주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백만원을 억대로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들어왔다가 전 재산을 잃는다.

 

누군가는 본전을 찾겠다며 10년, 20년을 카지노 주변에서 떠나지 못한다.

 

그 사이 머리는 희어지고 가족과 친구는 멀어진다.

 

T씨 역시 그 세계 안에서 살았다.

 

다만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족했던 한 가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멈출 때를 아는 것.

 

카지노에서 돈을 버는 사람보다 훨씬 드문 사람은 카지노에 돈을 다시 돌려주지 않는 사람이다.

 

고한과 사북의 오래된 아파트들을 바라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작은 창문 가운데 어딘가에 카지노 주변에서 수십 년 살아남은 한 노파의 집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골목 어딘가에는 그녀가 한푼 두푼 모아 사들였다는 작은 아파트들이 있을 것이다.

 

카지노에서 인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수없이 스쳐간 도시.

 

그곳에서 월세방을 전전하던 한 여성은 끝내 집주인이 됐다.

 

그래서 강원랜드 주변의 오래된 앵벌이들은 지금도 그녀를 이야기한다.

 

부러움 반, 질투 반.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파트 일곱 채 가진 앵벌이 여자 말이야?

 

그 사람은 정말 독한 사람이었어.”

 

자주 묻는 질문

강원랜드 주변에서 '앵벌이'로 불리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생활을 하나요?+

강원랜드 주변의 앵벌이들은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잃고 가족과도 멀어진 채, 고한과 사북 일대의 월세방을 전전하며 생활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주로 다른 사람의 베팅을 대신해주거나 좋은 자리를 맡아주는 등 심부름을 하며 푼돈을 벌어 하루하루를 연명합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소액을 벌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빚더미에 앉아 카지노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 7채를 소유하게 된 T씨는 다른 앵벌이들과 무엇이 달랐나요?+

T씨는 카지노에서 큰 한 방을 노리기보다 자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냉정함을 가졌습니다. 그녀는 카지노에서 돈이 생기면 다시 도박에 쏟아붓는 대신, 일정 수준이 되면 즉시 부동산을 매입해 자산을 고정했습니다. 또한, 카지노 밖에서도 고스톱 하우스를 운영하며 자릿세를 받는 등 안정적인 부수입을 창출했고,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생활 습관을 통해 결국 7채의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카지노에서 돈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기술은 무엇인가요?+

카지노 주변 사람들은 돈을 따는 것보다 '카지노에서 빠져나오는 기술'이 훨씬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돈을 땄을 때 더 벌고 싶은 욕심을 억제하고, 잃었을 때 본전을 찾겠다는 유혹을 멈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욕심을 이기지 못해 가진 돈을 모두 잃지만, T씨는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절제력을 발휘해 카지노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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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기자

카지노 이슈와 산업 전반을 취재하는 K-Journal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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