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에 깔린 카드 한 장을 순간적으로 잘못 보거나 스트레이트·플러시 가능성을 늦게 알아차릴 수 있다. 상대의 베팅 과정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의 패만 바라보는 ‘터널 시야’에 빠지기 쉽다.
실험 연구에서도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손실에 대한 뇌의 반응이 약해지는 동시에 높은 보상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블랙잭 형태의 실험에서는 피곤한 참가자들이 위험도가 높아져도 베팅 금액을 충분히 줄이지 않는 경향이 관찰됐다.
따라서 고객들이 경험한 것처럼 ‘충분히 자고 정신이 맑을 때 게임이 잘 풀리고, 피곤하면 평소 하지 않을 실수가 늘어나는 현상은 단순한 기분 문제만은 아니다.’
2. 술을 마신 뒤에는 ‘배짱’이 좋아진 것이 아니다
카지노와 술은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다.
카지노에서는 술을 마신 뒤 게임하는 경우도 있고 게임을 하면서 맥주나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도 흔하다.
문제는 술을 마시면 본인은 오히려 편안하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맑은 정신이라면 상대의 올인에 대해
“지금까지 플레이를 보면 강한 패일 가능성이 높다.”
라고 판단해 쉽게 폴드할 상황에서도 술이 들어가면
“설마 또 좋은 패겠어.”
“한번 받아보자.”라는 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에서는 알코올이 불확실한 보상에 대한 경계심을 감소시키고 의사결정 과정의 인지 처리를 방해할 가능성이 관찰됐다. 다른 실험에서도 음주가 위험 선택을 증가시키거나 큰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보상과 확률을 적절하게 반영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위험한 부분은 ‘술에 취한 사람이 자신의 판단력 저하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술을 마시면 실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 판단이 맞다’는 자신감만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홀덤에서는 특히 치명적이다.
3. 가장 위험한 상태는 ‘돈을 잃은 직후’다
카지노에서 피로와 음주 못지않게 경계해야 하는 것이 감정이다.
홀덤에서는 흔히 이를 ‘틸트(Tilt)’라고 한다.
강한 패로 큰 판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리버에서 상대에게 역전당해 큰돈을 잃었다고 가정해 보자.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다음 판은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다.
하지만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생각이 바뀐다.
‘저 사람에게 반드시 다시 받아야 한다.’
‘한 판만 크게 이기면 원점이다.’
‘이번에는 내가 밀어붙인다.’
이 순간부터 플레이의 목적이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서 잃은 돈을 되찾는 것으로 변한다.’
포커에서 가장 위험한 변화 가운데 하나다.
수면 부족 역시 이런 틸트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실제 일반 포커 플레이어를 추적한 연구에서도 수면 부족과 감정조절, 위험행동 및 틸트 증상 사이의 관계가 연구된 바 있다.
따라서 큰 판에서 예상하지 못한 패배를 당했다면 다음 패를 받기 전에 자신의 감정을 살펴야 한다.
심장이 빨리 뛰거나 상대에게 화가 나거나 베팅 금액을 갑자기 키우고 싶어진다면 그것은 ‘승부할 때’가 아니라 ‘게임에서 잠시 벗어나야 할 때’다.